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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05-21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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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데스크] 주류세 개편, 헛바퀴만 돌릴 텐가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46  
   https://www.mk.co.kr/opinion/columnists/view/2019/05/323553/ [40]
국내에서 팔리는 위스키 중 국내에서 생산되는 물량은 1.3%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군납용이다. 한때 50%까지 국내 생산을 하던 위스키가 사실상 전량 수입되기 시작한 것은 주세 체계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된 주류는 제조 원가에 판매관리비, 이윤을 더한 금액이 과세표준인 반면 수입 제품은 수입신고가가 과세표준이 된다.
위스키를 병에 담는 장소에 따라 ℓ당 세액은 국내산이 2만7000원, 수입산이 1만원으로 차이가 크다. 수입 완제품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국내 생산분이 세금을 많이 내는 것은 맥주도 마찬가지다. 500㎖ 캔 기준으로 국산이 418원 비싸다. 국내 맥주 공장 가동률은 30~40%대까지 떨어졌다. 위스키처럼 산업이 공동화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역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50년 만에 추진했던 주류세 개편이 표류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달 초 "주종 간, 동일 주종 내 업계 간 종량세 전환에 이견이 일부 있어 조율과 실무 검토에 추가 시간이 필요하다"며 4월 말, 5월 초로 예정됐던 주류세 개편안 발표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2017년 시작된 논의를 여전히 매듭짓지 못한 것이다.

종량세가 도입되면 국산 맥주 세금이 낮아져, 맥주 국내 생산이 늘어난다는 데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국내 브랜드 맥주뿐 아니라 글로벌 브랜드 맥주도 주세가 동일하다면 관세와 물류비를 줄이고, 신선도 유지에 유리한 국내 위탁생산을 늘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오비맥주는 종량세가 시행되면 버드와이저, 호가든을 국내에서 생산할 계획을 갖고 있으며, 현재 30%의 관세를 내는 아사히 등 일본산 맥주 역시 한국에서 생산 파트너를 찾을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수제 맥주사 브루클린 브루어리도 한국에서 생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국내 생산이 늘어나면 일자리도 함께 늘어난다. 새로 태동하는 수제 맥주 산업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수입 맥주 가격이 올라갈 수 있어, 수입 맥주를 즐기는 소비자들은 세제 개편을 반기지 않는다. 가격 인상이 예상되는 생맥주 애호가들 역시 마찬가지다. `서민의 술` 소주까지 범위를 확대하면 셈법은 더욱 복잡해진다.

종량세 도입이 소주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반발이 확산됐다. 소주뿐 아니라 막걸리·청주·증류주·과실주 등 다양한 주종의 제조·유통·판매 구조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정부는 `소주 가격은 오르지 않도록 하겠다`는 원칙을 밝혔다. 이와 함께 주류세 개편 논의도 돌고 돌아 제자리로 돌아오고 말았다.

술에 매기는 주류세를 출고가 기준으로 하는 `종가세` 대신 술의 용량이나 알코올 농도를 기준으로 하는 `종량세`로 바꾸면서도 세수는 줄지 않고, 술값도 오르지 않으며, 어떤 주종도 손해를 보지 않도록 하려다 보니 스텝이 꼬였다. `밥을 많이 먹어도 배는 부르지 않은` 묘수를 찾는 데 실패한 것이다.

맥주·소주·막걸리는 서민과 뗄 수 없는 관계다. 국민 주머니 사정과 주류산업 경쟁력, 통상 문제 등 다양한 측면을 살펴야 하는 정부 고민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결정이 힘들다고 미뤄만 두는 것은 해법이 아니다.

단테의 `신곡`에는 지옥에서도 거부당한 사람들이 나온다. 이들은 특별히 나쁜 일을 하지도 않았고, 칭찬받을 일도 하지 않았다. 현 상태를 유지하는 안정을 최우선으로 삼은 까닭에 행동에 나서지 않았고, 결국 세상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단테는 이를 지옥에도 들어가지 못할 정도의 죄로 묘사한다.

주세법 개편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적 추세를 따르면서도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정답은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차선책이라도 찾아야 한다.


맥주에 우선 종량세를 실시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소주나 막걸리는 수입 경쟁품이 없어 맥주와 과세 방식이 달라도 역차별 논란 소지가 없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논란만 되풀이될 뿐이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이은아 유통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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